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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경영

신발도 신어보고 사면서, 전자제품은 왜 안 써보고 사요


요즘 한창 ‘애플워치’를 구매하고 싶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살지, 가격대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몸에 ‘착용'하는 기기다 보니 잇섭과 같은 IT 전문 유튜버들 리뷰도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요. 사람마다 신체 구조가 다르고, 이용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보니, 아무리 다양한 리뷰를 보고 꼼꼼하게 비교해서 사도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잘 안 끼게 될 것 같더라고요.

“애플워치를 사면 내가 편하게 착용하고 다닐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려면 ‘직접 체험’만이 답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애플워치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주문 후 반품’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리 깨끗하게 써보고 돌려준다 하더라도 혹시나 반품이 안될까 맘 졸이며 기다려야 할 테 고요. 신발도 내 발에 잘 맞는지 신어보고, 발에 상처가 자주 나거나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있으면 반품 요청을 하게 되는데, 고가의 전자기기는 왜 이렇게 반품은커녕, 소비자들이 구매 전 직접 체험하는 것조차 힘든 구조로 되어있을까요?



Chapter 1.

‘개봉 후 환불 금지’ 스티커가 무서운 소비자들

 

대부분의 전자제품 박스에는 '개봉 후 반품 및 교환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직접촬영


‘개봉 후 환불 금지'. 제품을 구매하실 때 많이 보신 적 있는 문구일 겁니다. 1000원짜리 제품을 뜯었는데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교환을 받거나 반품하는 게 맞죠. 제도적으로도 보장된 소비자의 권리니까요. 그런데 이 같은 제품의 하자로 피해보상 규정을 따져보는 소비자는 사실상 잘 없습니다. 반품비에 택배비에… 보나 마나 까다롭고 번거로운 피해보상 절차 밟을 바에야, 그냥 새로 하나 더 사는 게 속 편하니까요.

그런데 만약 그 제품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팔지만 해외 제조사가 만든 1000만 원짜리 ‘시계’였다면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집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상품을 공급받고 7일 이내에 청약 철회 의사를 밝히면 단순 변심에 의한 것이어도 반품 및 환불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최근 모 명품 플랫폼은 “해외 구매대행 특성상 현지 거래처로의 반품이 불가하다"라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반품을 해주더라도 정가를 웃도는 과한 반품비를 요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명품 플랫폼 이용약관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죠.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소비자가 온라인 반품에 갖는 불만과 불신을 줄이기 위해 반품과 환불의 허들을 낮추는 시도를 안 해본 게 아닙니다. 일단 구매해 보고, 별로면 즉시 환불해 주겠다는 말인데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정책이죠.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지만 당장 파이를 키워야만 했던 기업들로서는 이용자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쿠팡의 사례를 볼까요? 쿠팡은 지난 2018년 10월 유료 멤버십 프로그램인 ‘와우멤버십’을 도입하면서 ‘30일 이내 무료 반품’ 혜택을 내걸었죠. 쿠팡 유료 고객들은 전자기기, 식품 가릴 것 없이 단순한 변심으로 반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앱으로 신청하고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될 정도로 소비자 편의를 많이 봐주고 있었죠. 그런데 이 혜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착한 소비자들만 있으면 좋으련만, 제품을 슬쩍 사용하고 막무가내로 환불을 주장하는 블랙컨슈머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죠.


중간 사업자인 이커머스 업체들도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정책에 딱히 뾰족한 묘수가 없다 보니, 가격이 비쌀수록 사람들은 온라인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이제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니까요.


그럼 제조사는 뭘 하는 걸까요? 제조사는 ‘소비자의 반품 권리'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생산해 낸 물건을 잘 팔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직까지는 소비자가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반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인 셈인 거죠 뭐. 자, 우리는 이렇게 제조사와 공급사에게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알게 모르게 침해받고 있습니다.


Chapter 2.

어쩌면 우리는 전자기기 제조사로부터

‘반품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전이나 전자제품일 경우, 상황이 더욱 애매해집니다. 일부 전자제품은 포장 상자에 대부분 ‘개봉 시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고 스티커로 기재하고 있지만, 이런 고지가 없는 제품도 많죠. 그만큼 제조사나 유통사, 소비자 중 어느 누구의 책임소재에 모호함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갈등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요. 실제 대형 가전제품은 배송과 함께 설치 및 시운전이 필수로 필요하게 됩니다. 한 소비자가 유명 온라인몰에서 냉장고를 구매 후 설치기사가 제품을 가지고 방문해 제품 박스를 열고 설치를 진행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간이 애매해 미설치 상태로 환불 요청을 했는데요. 온라인 몰 측에서 온 답변은 “이미 박스를 개봉했기 때문에 반품이 불가능하다”였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직접 박스를 오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요.


전자제품의 경우 유통사나 제조사의 힘이 셀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의 자유로움’이 제한됩니다. 대다수 전자제품 제조사 측은 박스를 개봉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져 제품 하자인 경우를 제외하고 반품이 불가하다고 말합니다. 박스나 비닐을 뜯었다고 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단순 변심으로 인한 전자제품 반품은 어렵다'라고 당연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해볼게요. '개봉 시 교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스티커가 부착된 하자가 없는 가전제품을 개봉하면 환불이 불가능할까요? 여기까지 본다면 ‘당연히 안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7일 이내에는 교환,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직접 확인해 구매한 것도 아니고,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제품이기 때문에 스티커에 법적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따르면 계약일 7일 이내에는 제품의 교환, 환불이 가능하며 이는 단순변심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전기코드를 꽂고 사용까지 했다면 현저한 가치훼손으로 인정돼 반품 불가) 사실상 제조사가 자의로 부착한 ‘개봉 후 반품금지' 스티커는 어떠한 법적 근거나 효력이 없다는 거죠. 아마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겁니다.



Chapter 3.

애플, 삼성 전자제품도 직접 써봐야 알지



여러분들은 전자기기를 살 때 어떤 과정을 거쳐 구매까지 결정하나요? 국내 소비자들의 평균적인 전자제품 구매 여정을 살펴봤는데요. 씽크위드구글(Think with Google)이 실시한 ‘국내 중장년층 소비자의 전자 제품 구매 경로 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구매동기->제품인지->초기탐색->제품고려->제품검증 및 평가->구매]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옷이나 신발도 직접 받아보고, 입어보고 사는데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고 구매하는 과정인 ‘제품검증 및 평가' 방법은 정말 소비자 맘 졸여야 하는 ‘구매 후 (불안한) 반품' 밖에 없을까요?

다행히 애플과 삼성 등 몇몇 대기업 제조사들은 ‘단순 반품’으로 들어온 물건들을 보며,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구매하기 전 체험 니즈가 있다는 메시지를 빠르게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기업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부 제품 무료 체험 혜택을 제공 가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애플과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 제조사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말이 쉽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전자제품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는 순간, 영세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반품률이 높아질수록 손실과 직결되고, 재고관리나 수익성 측면에서도 커다란 리스크를 안게 되는 거니까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애플의 경우 공식 온/오프라인 애플에서 구매한 제품은 ‘묻지 마 환불’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소비자가 만약 구입한 제품이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해당 제품을 반품해 무료로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사용 후 환불 기간은 수령한 날짜로부터 최대 14일 이내로 정해져 있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 적힌 자사 공식 제품 '반품 및 환불' 규정. @애플공식홈페이지 캡처

애플 환불 정책의 단점은, 1) 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금액보다 다소 비싼 가격이 책정돼 있는 애플 공식 홈페이지/스토어를 통해서만 구입 후 체험해야 한다. 2) 반품 신청-제품수거-환불 처리까지 오래 걸린다. 3) 환불 진행 상황이 즉각 반영되지 않고, 중간 반품 진행 과정을 확인하려면 애플에 직접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귀찮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4)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체험할 때 사소한 흠집이라도 생기면 반품에 문제가 생길까 봐 기기를 마음 놓고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할 수도 있다.. 정도가 떠오르네요.

삼성에도 제품을 미리 집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To Go 서비스'라는 게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 해당되는 건 아니고요. 신제품 스마트폰에 한정, 정식 출시되기 전부터 출시 이후까지 최대 2박 3일 동안 무료로 대여해서 써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삼성닷컴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신청한 뒤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이죠. To go 서비스 또한 1) 삼성이 만든 모든 전자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스마트폰 한정) 2) 체험 기간이 너무 짧다(2박 3일) 3) 체험을 원하는 기기의 재고가 없을 수도 있어, 반드시 매장에 문의를 해야 한다 4) 대여가 가능한 매장 수가 매우 적다 등이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 스마트폰을 제외한 여러 브랜드의 전자제품 브랜드와 전자기기들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체험'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애플과 삼성이 제품 체험 마케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고가의 전자제품을 사기 전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전자기기를 최저가에 구매해, 약 한 달 정도 충분히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제품 제조사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동시에 반품이 발생했을 때 쌓이는 재고를 충분히 처리해 줄 역량을 보유해야만 하는데, 이 또한 제조사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Chapter 4.

소비자에게 직접 '체험비'를 지불하게 하면 어떨까?

 

또 하나 중요하게 살펴보고 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전자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 각각의 제품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과 구매할 수 있는 채널 등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요. 전자제품 시장은 전자제품 유통사가 대형 전자제품 제조사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자제품 시장은 유통사들의 ‘최저가 경쟁'에만 초점 맞춰진 채, 새로운 고객 경험 제공 없이 수십 년째 고착화되어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전자기기를 구매함에도 불구하고, 간접 경험(인터넷, 유튜브 리뷰등)에만 의존해 직접 손품, 발품을 팔며 제품을 구매해야 했던 것입니다. 옷이나 신발처럼 편하게 착용해 보고 반품하지도 못하니, 소비자들은 구매 확정 후에도 “내가 과연 잘 산 게 맞을까?”라는 찜찜함이 남기도 합니다.


아마 전자제품을 직접 써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제품을 구매하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있는 사람일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사게 될 물건이라면 최저가에 물건을 구매한 뒤, 미리 체험해 보고, 문제가 없거나 만족하면 체험해 본 새 제품을 그대로 쓰고, 아니면 반품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편리할 텐데요.

테스트밸리에서는 전자제품을 최저가로 구매 가능하고, '리턴가능'이 적힌 제품은 반품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테스트밸리 공식 홈페이지

여기 이 모든 전자제품 소비자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테스트밸리'라는 곳입니다. 테스트밸리는 전자제품 구매를 고민 중인 소비자가 한 달간 제품을 집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나온 회사입니다. 일정 수준의 체험비만 지불하면,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전자제품을 한 달간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 내에 반품하면 되는 게 특징입니다.

테스트밸리 제품 체험 후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 제품들은 소독과 기술점검을 거쳐 리퍼브(refurbish, 재정비 제품) 상품으로 판매되는데요. 제품의 상태와 체험 횟수에 따라 가격을 매겨 테스트밸리 측에서 재판매하는 겁니다.


Chapter 5.

소비자 전자제품 구매 여정의

'첫 단계'를 가져올 수 있다면?

 

아직 이 사업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아래 홍솔 테스트밸리 대표님과 나눈 1:1 대화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른 곳들이 풀지 못한 허들이 높은 전자제품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는 무엇인가, 테스트밸리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

전자제품 영역에서는 왜 아직까지 버티컬 승자가 없는지 고민했다. 고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고객들이 전자제품 구매여정, 사용여정에서 만나야 되는 회사들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내가 전자제품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려면 구글이나 유튜브 등 제일 많이 알려진 곳을 찾는다.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채널로 넘어가야 한다. ‘구매 방식’ 자체도 새 제품, 중고, 렌털 등 각각의 플랫폼으로 쪼개져있다. 전자제품 시장에서 우선 이걸 하나로 다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이미 삼성과 애플은 무료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체험해 보고 원하지 않으면 2주 이내, 최대 한 달 반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놨고, 기존 유통 대기업이 직접 경쟁자로 뛰어들면 어떻게 이기나?

이제껏 많은 사례가 있었지만, 대기업들은 버티컬 커머스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이미 잘하는 버티컬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나 M&A 위주로 움직여왔다. 아직까지 전자제품 시장의 뚜렷한 버티컬 강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도 의류나 식품 시장보다 제조사 개수가 적어 이들의 힘이 크기 때문인데, 기존 유통 대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전자제품'이라는 사업군은 시장 규모는 크지만, 이들이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거대 공룡 이커머스와 싸우는데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전자기기를 구매하기 전 체험을 원한다는 근거나 구체적인 자료, 수치가 있나? 테밸 리턴 체험 후 구매 전환율은 어떻게 되나?

평균적으로 리턴율이 정말 낮은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테스트밸리 소비자들은 체험 후 대부분 실제로 전자기기를 구매했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구매전환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한 해 테스트밸리 거래액 추이 그래프. 꾸준한 상승세가 눈에 띈다. @테스트밸리

고객이 체험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당연히 분실, 도난, 완파 등은 책임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제품의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 추후 수리비가 요구되지만, 대부분 체험 기간에는 안전하게 쓰는 편이다.


고객이 지불하는 체험비 수수료는 몇 % 수준이며, 어떤 기준으로 책정하나

체험비는 평균적으로 제품가의 7~15% 정도로 잡았다. 고객이 직접 리턴을 할 경우, 당근 같은 중고마켓에 파는 것보다 테스트밸리에 다시 돌려주는 게 더 싸다. 수수료 비율 책정은 새로 입점된 제품은 가격테스트를 계속한다. 테밸 리턴율을 기준으로, 적정 체험비 수준을 맞춰간다고 보면 된다.


전자 제품 소싱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하나? 고객의 취향, 가치를 반영한 상품을 소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사업 초기에는 제조사와 공급사 설득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콜드 메일을 엄청 많이 썼는데, 대부분의 메일이 답장 오지 않았다. 그중 딱 1군데에서 연락이 왔는데, 거기부터 입소문이 나고 다른 곳을 소개받고 하면서 점차 늘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고객들이 많이 원하는 제품을 가져오는 게 우선이었다. 작년 중순~올해부터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숏헤드에서 벗어나서 롱테일 전략으로 가려고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은 제품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제조사에 입장에서는 홍보의 기회가 모자랐던 질 좋은 제품들을 많이 입점시킬 예정이다.

어떻게 최저가를 가지고 올 수 있나?

전자제품 영역은 가격방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차피 가격이 무한대로 내려갈 수 없다. 즉, 테스트밸리도 최저가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쿠팡이 가격 100만 원인 전자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우리는 70만 원에 팔겠어”라도 해도 그 가격에 제조사가 물건 안 준다. 테스트밸리는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거대 커머스와 다르게 ‘테밸리턴’이나 추가적인 가치를 넣어주기 줌으로 소비자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물건을 안 살 이유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

테스트밸리 자체 리퍼 과정. 테밸 리턴으로 들어온 제품은 보통 30일~60일 이내 100% 다 팔린다. @테스트밸리


테스트밸리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로 어떤 층인가? 방문 고객 수는?

예전에는 20대 초반들이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30대 초~중반까지 평균 연령대가 많이 올라온 것 같다. 현재 광고를 많이 돌리고 있지 않음에도 가격 비교를 보고 들어오거나, 반품이 가능하다는 요소가 바이럴 돼서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입소문이 알게 모르게 나면서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 현재 MAU 기준으로 약 30-40만 정도 된다.


아직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품 맞냐’는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고가 전자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만큼 신뢰도 구축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고 있나?

아무리 정품이라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정품 맞냐”는 질문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앞으로 테스트밸리가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유명해져도 정품 맞냐는 질문은 계속 들어올 거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제품이 정품이 맞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사람도 있지만, 테스트밸리에 “정품이 맞다"는 답변을 듣는 게 중요한 거다. 그러면 가품에 대한 책임 소재가 테스트밸리 쪽에 생기기 때문이다.

‘체험'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의 테스트밸리 방문 유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모든 제품이 체험할 수 있게 되어있진 않던데 이유는?

기술적으로 리턴을 할 수 있는 기기, 없는 기기가 있다. 처음부터 모든 기기를 리턴 제품으로 오픈하는 게 아니라,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서 기준을 통과해야 체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 고객들이 어느 정도 구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체험 후 반납률, 리뷰를 통한 만족도 등등을 파악해서 체험 사이클을 돌릴 때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반납률 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체험을 멈추는 경우나, 인상할 때도 있다.



테스트밸리는 성수동에 150평 규모의 물류센터 겸 리퍼비쉬 센터를 가지고 있다. @테스트밸리


체험이 끝나고 반납된 전자제품은 어떻게 되나?

전자제품의 좋은 점 중 하나가 재고 관리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음식처럼 썩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처음 들어온 재고를 잘 검수해서 재상품화시켜 놓으면 재고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 리퍼 과정은 테스트밸리가 직접 수리를 하거나, 제조사 워런티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성수동에 150평 규모의 물류센터 겸 리퍼비쉬 센터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재상품화하기도 하고 새 상품을 일부 선사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시장 공급이 불규칙한 제품 위주로 공급이 많이 풀려있다 싶으면 물류센터에 쟁여놓는다.


리퍼비쉬 재고 관리를 테스트밸리 쪽에서 직접 하면 힘들지 않나?

리퍼비쉬 제품을 빠르게 재판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테스트밸리 리턴으로 들어온 제품은 보통 30일~60일 이내 100% 다 팔린다. 사람들이 고가의 중고제품을 살 때 여전히 사후 관리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테스트밸리는 비닐도 새로 포장해서 새 상품처럼 깔끔하게 재상품화가 가능하고, 1년 동안은 워렌티가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리퍼비쉬 제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도 많이 찾는 편이다.

테스트밸리의 올해 목표와 궁극적인 목표는?

올해 목표는 전자제품 시장의 ‘슈퍼앱'이 되는 것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넘어 해외까지 전자제품 영역에서 압도적 1등’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송금할 때 ‘토스'를 찾고, 옷을 살 때 ‘무신사'에 들어가 보는 것처럼, 전자 제품 영역에서도 소비자들이 전자 제품을 구매할 때 테스트밸리 플랫폼을 먼저 떠올리고, 들어오게 만드는 게 목표다. 해외의 경우 리퍼브를 활용해서 유의미한 숫자를 내는 회사가 되고 싶고, 테스트밸리 판매제품은 이미 글로벌 제품이 많기 때문에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등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IT 전자제품 영역에서 체험과 구매 그리고 사용·재사용·폐기까지 순환구조를 만드는데 3년이면 충분할 것 같다.

테스트밸리에서는 애플, 삼성, 닌텐도 등 다양한 전자제품과 브랜드를 체험해볼 수 있다. @테스트밸리

앞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전자제품 플랫폼은 참 어려운 시장임이 분명합니다. 과연 테스트밸리가 지금의 오래된 전자제품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고, ‘돈 버는 비즈니스’로 잘 성장할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소비자들이 구매 전 ‘선체험’을 먼저 할 수 있는 구조는 전자제품 시장에 새로운 유통 혁신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보통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반품이 어려우니 한 번 살 때 신중하게 사야 한다 같은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전자제품도 실제로 써보고 경험해 봐야 압니다. 한 번 쓰고 버릴 거 아니잖아요? 이런 사람들에게 전자제품 체험 후 리턴 방식은 소비자의 선택적 고민을 확실히 낮춰줄 수 있겠죠. 앞으로 테스트밸리가 어떻게 전자제품의 유통 구조의 문법을 빠르게 바꿔나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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