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Fast Ventures의 첫번째 투자 회사는 Ssemble이라는 협업형 비디오 편집툴을 만드는 브이로거 주식회사였습니다.
Ssemble은 Canva와 Figma를 잇는 글로벌 협업형 디자인 소프트웨어 데카콘이 나올 수 있다고, 영상 편집 시장에 그 기회가 있다고, 자신들이 그 왕좌에 도전해 보겠노라고 말씀하셨고, 저희는 바로 투자를 결정하였습니다. 아래에 투자 결정의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1) 글로벌 시장, 글로벌 유저, 글로벌 팀
SaaS는 많은 경우 국내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시장 규모가 나오지 않습니다. 5,000만 명 중에 영상 편집 관련 종사자들을 타겟하는 것은 너무 한정적이고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Ssemble 같은 서비스에게 Go-global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Ssemble 팀은 이전에 하던 사업 아이템인 Vlogr라는 모바일 영상편집 앱을 운영하며 이미 수십 만 명의 글로벌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보며 이들에게 마케팅을 해보고 과금도 해보고 CS 대응도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현재 팀 구성 역시 팀원의 절반 이상이 인도/미국 등의 멤버들로 구성되어 영어로 일을 하고 프로젝트 관리가 되고 있는 팀이었기에, 글로벌 시장에 대한 팀의 야망이 꽤 진지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고 수년 뒤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Ssemble 팀은 Day1부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었습니다.
(2) Best Practice는 일단 외우고 베낀다. Canva, Figma의 해부.
SaaS는 꽤나 '정답'과 '방법론'이 명확한 사업이라고들 이야기 합니다. 특히나 타겟하는 시장의 속성이 비슷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Ssemble 팀은 협업형 디자인 소프트웨어계의 대선배님들인 Canva와 Figma를 면밀하고 낱낱이 뜯어보고, Ssemble의 성장 방정식을 이들로부터 그려나가기로 하였습니다.
Paid Marketing은 효과적이지 않다. SEO만이 살길.
Canva도 사업 초기에 Paid Marketing을 통한 성장을 시도하였으나 효율이 나오지 않자, 극단적으로 SEO에 마케팅 리소스를 올인하기 시작.
나라 별로, 언어 별로, 주요 그래픽 디자인 관련 키워드별로 키워드를 점유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성하고 최적화 시키는 작업에 집중.
이를 통해, 약 1억 명의 Canva 유저들 중 약 90%를 이 SEO 작업을 통해 확보 되었음.
B2B Sales가 아닌, Product Led Growth.
협업형 디자인 소프트웨어에는 Innate Virality(내재된 바이럴성)이 있고, Network Effect가 강함. 따라서 아래와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함.
SEO 컨텐츠나 특정 Plug-In 기능 등으로 최종 사용자(i.e. 디자이너)를 먼저 유입시키고 -> 이 사람에게 제품의 'Aha moment'를 빠르게 전달하면 -> 이 사람이 유저가 되어 본인과 협업하는 사람들을 대신 온보딩 시켜주고 -> 하나의 그룹으로서 Usage가 계속되면 될 수록 리텐션과 과금 확률이 더 올라감.
따라서, B2B sales를 통해 기업 구매팀 담당자를 만나고 피칭하고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기능과 장점만으로 최종 사용자를 유인하고 설득하여 이미 사용하고 있게끔 만드는 것이 핵심.
Plug-in 생태계로 해자를 만들고 고객 Lock-in.
Figma에는 현재 약 800개가 넘는 Plug-in이 존재함. 디자이너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크고 작은 툴들이 계속 나오면서, Figma는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이너들에게 대체불가의 효용을 제공하고 있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일일이 본사에서 결정하고,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은 느리고 부정확하고 시간과 돈이 많이 소요됨. 반대로, 유저들이 니즈를 파악하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서 팔고 돈을 벌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주요했음.
영상 편집에도 BGM, 필터, 자막, 효과 등 수많은 기능들이 파편화 되어 있는데, Plug-in 생태계를 빨리 잘 구축하는 플레이어가 이 시장에서 승산이 높을 것.
어찌보면, 꽤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일 수 밖에 없습니다.하지만 Ssemble 팀, 이미 SEO를 통해 월 유입 트래픽 약 10만 명에, 수십개의 Plug-in을 자체 개발 혹은 제휴 논의중인 상황이었어서, 학습과 실행의 싸이클이 매우 빠른 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3) 개인의 Exponential Growth
사실 3년 정도 전에 대표님을 뵌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뵈었을 때는 3년 전과는 전혀 다른 회사와 대표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존 사업에서 큰 수익화에는 실패를 하고, 큰 피벗을 결심하고 팀세팅도 새로 하는 등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바라보는 시장의 크기, 실행 속도, 조직 관리에 대한 철학 등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제가 얼마나 성장이 없었는지를 반성하게 되는 지점들이 많았구요)
Ssemble 팀에 대한 투자는, 위의 언급된 사업 관련 내용들도 물론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결국에는 다음 3년/6년 동안은 얼마나 더 가파르게 팀과 대표님이 성장할지에 대한 베팅에 사실 더 가까웠습니다.
Ssemble 팀과 서비스의 3년 뒤, 6년 뒤를 같이 기대하고 지켜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