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올리고 나서 꽤 큰 파장이 있었습니다. 3월 중순에 포스팅을 업로드했는데요, 수백회가 넘게 공유가 되면서 패스트벤처스 홈페이지 역사상 top 5 안에 드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 덕에 이 모델을 하고자 하시는 스타트업 분들의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세어보니 총 56개팀이 연락을 주셨고, 스타트업 외에도 좀 큰 회사들에서도 연락을 주시고 또 그를 통해 저희 팀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통해 연락주신 모든 팀들과 만나뵙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투자자로서 특정 사업 모델에 꽂혀서 투자 기회를 살피는 경우에 상장 회사 투자 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큰 장점이 됩니다만,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시에는 소위 말해 ‘세상에 어떤 종목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꽤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여러 투자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해당 부분은 또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패스트벤처스에서는 아직 이 Reelshort 모델에 대해 투자를 집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많은 팀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저희가 느낀 점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번 정리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중간 업데이트를 드려봅니다.
저희가 만난 팀들을 (아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분류하자면 약 ⅓ 정도는 틱톡 같은 기존 숏폼 영역에서 광고 대행 등의 비즈니스를 하시다가 피벗하시는 팀, ⅓ 정도는 롱폼 영역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피벗하시는 팀, ⅓ 정도는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이 사업을 첫 아이템으로 생각하시는 팀이었습니다. 사실, 이에 대해 어떤 호불호가 딱히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⅓ 정도는 일종의 ‘제작사’ 포지션을 가지고 가시려고 하셨었고, ⅔ 정도는 ‘플랫폼’ 포지션을 가지고 가시려고 하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희는 제작사나 플랫폼 같은 딱 이원화된 체계보다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되 자체 제작한 컨텐츠로 고객 반응을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상의 특성상 제작자의 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있고, 숏폼을 유료화 시킨 회사가 한국엔 아직 없기 때문에 이 문법을 알고 내재화시키는 역량이 가장 핵심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팀들이 올해 하반기에 서비스나 컨텐츠를 오픈/공급하시려고 하셨습니다. 이 숏폼 드라마가 정말 next big thing이라면 올해 하반기가 거대한 파도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컨텐츠 비즈니스의 특성상 런칭 전에 투자하는 것은 쉽진 않아서, 런칭 후 빠른 트랙션을 보이는 회사가 선점효과를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 조달이 너무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3번과 연계해서, 결국 핵심은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과 ‘매 타석마다의 learning이 쌓이는 총량과 기울기’라고 보았는데, 최소 5번 이상의 타석에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고, 그 경우 제반 비용들을 고려할 때 10억 미만의 펀딩 라운드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위에 적어놓은 저희의 생각은 철저히 ‘가설’과 투자자로서의 감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보통 투자자들이 적는 이런 가설은 높은 확률로 틀리기 마련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델에 대해서 저희가 학습하고 많은 팀들과 만나면서 느낀 점을 공유하는 것은, 시장 내 이 모델로 도전하시는 많은 스타트업 분들께 생각거리를 드려볼 수는 있겠다고 봐서, 다소 용감하게 오픈해봅니다.
저희는 아직 이 모델에 투자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 매력적인 팀과 훌륭한 계획을 가지신 분들을 많이 기다립니다. hello@fastventur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