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밌게 본 기사들을 쭉 모아보았습니다.
많은 스타트업과 VC들은 상반된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만으로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으니 반드시 해외에 진출하거나 수출을 해야한다는 관점이 있고, 또 어떤 시장들의 경우 한국만으로도 충분히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잘해도 조 단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그 중 전자의 관점은 꽤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건 실제로 그런 면이 있기도 했구요. 한국은 인구수로 보면 아주 큰 국가는 아니다보니, 과거에서부터 수출, 해외시장 진출이 당연한 명제처럼 다가왔습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여러 제조업들이 바로 그러한 수출의 포문을 열었고, 최근에는 음악, 드라마, 게임, 웹툰, 교육 등의 컨텐츠 비즈니스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실 컨텐츠 분야가 해외에서 사랑을 받기 시작한 지점부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한 이질감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언어의 장벽,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가사로 된 음악, 자막이 붙여진 드라마가 전세계 각국에서 통한다고? 이게 1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다고? 원히트 원더의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후발주자들도 그 성공을 재현할 수 있다고?
그런데 그에 더해서 올해 접하게 된 여러 뉴스들은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바로 식문화에 대한 부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실질적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는 기업들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는 경우는 최근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그 대상도 불고기, 비빔밥 같은 인사동 거리 느낌나는 것이 아니라, 두부, 치킨, 만두, 불닭, 김, 고추장… 한국 사람이라면 매일 먹는 것들입니다. 뭔가 한국만의 특징을 극대화한 특정 품목이 아니라, 그냥 우리의 식탁이 그 자체로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그래서 이 현상이 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IT나 기술을 활용한 고성장을 꾀하는 경우를 의미했지만, 화장품을 필두로 한 소비재 스타트업들의 성공이 창업팀의 페르소나를 좀 더 다변화했습니다. 한국의 먹을거리에 힌트를 얻어서 이를 해외에 크게 성공시키는 것 또한, VC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스타트업 창업팀의 결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 및 세일즈 기법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먹을거리들을 해외에 끝내주게 잘 팔아보겠다는 비전을 가진 팀들 또한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고, 저희와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