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패스트벤처스 前 프로덕트 마케터 오다은입니다.
2년 3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패스트벤처스(이하 ‘FV’)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퇴사는 소리 없이 조용하게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FV에서의 경험을 회고할 겸 간단한 소회를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1. 왜 떠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트업에서 player로 일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습니다.
FV에 합류하기 전, 저는 극초기 스타트업에서 팀의 첫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여느 초기 스타트업이 그렇듯, 마케팅 업무뿐 아니라 기획자, PM, BM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어떤 것이라도 해내는 player로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팀과 개인의 성장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얻었지만,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으로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는 초기 스타트업의 player로서 합류하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FV에서 일하면서 제 생각이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소속해 있던 팀의 본질은 ‘어떻게 하면 FV가 더 투자를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의 창업가분들을 만나 뵙고, 그들의 이야기부터 투자 집행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교류와 과정을 겪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어? 나도 빠르게 성장하는 팀에서 또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초기 스타트업 합류에 대한 갈증이 다시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FV에서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계속 성장할 수 있었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시 한번 0 to 1을 맛보고 싶기에 최종적으로는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2. 회사에서 배운 점
a. 무수히 많은 학습 기회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FV에 있는 동안 예비 창업가부터 시리즈B 이상의 대표님까지 다양하고 훌륭한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모르던 세상을 보며 해상도가 올라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FV는 심사역이 아니어도 마케터도 매주 IR에 참석해 투자팀이 창업팀을 바라보는 view를 계속 학습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START, Textbook 등과 같은 프로덕트에 참여하는 초기 창업팀을 만나 역으로 투자팀과의 연결을 돕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산업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빠르게 흡수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공하는 팀들의 ‘처음’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b.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이 보장된 업무 환경
현재 우리 조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동시에 업무의 방향성도 내가 정하고, 실제로 실행까지 하는, 즉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이 보장된 업무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웅 대표님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니 다양한 일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요, 제가 의견을 제안했을 때마다, 대표님은 단 한 번도 NO라고 하시지 않고 늘 ‘ㅇㅋ’라고 해주셨고, 덕분에 많은 권한과 기회를 갖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습니다.
3. 회사에 아쉬운 점
저의 경우, FV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었다기보다는 도전해 보고 싶은 영역에 대한 개인적 갈증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된 케이스입니다. 그래도 FV 프로덕트 마케터에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을 위해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래도 다양한 프로덕트들을 혼자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니 제가 느끼는 부족함을 커버해 줄 수 있는 팀원이 없다는 점이 아쉽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서 일당백을 해야므로 그만큼 효율과 역량을 높일 수 있었지만 막막한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4. 앞으로의 계획
앞서 말했듯이, 저는 초기 스타트업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2023년 말, FV에서 직접 SEED 투자를 했던 ‘두어스’라는 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IR 때부터,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두어스 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또한 FV가 믿고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믿음을 갖고 이직을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박지웅 대표님이 작성하신 채용 공고를 처음 보고, ‘이 팀에 합류하게 되면 가슴 떨리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대표님께 지원 메일을 보냈었는데요(합격하고 싶어서 계속 이력서를 수정하다가 마감 1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2년 3개월 동안 FV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가슴 떨리는 일들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압축적으로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쉽게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 회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FV가 좋은 영향을 주었기에, 많은 감사함을 느끼며 FV 프로덕트 마케터로서의 저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