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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박지웅

에어프레미아 투자를 통해 느끼고 깨달은 점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투자들의 결과를 하나둘씩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참 여러가지 느끼고 깨닫는 점들이 많습니다. 잘될거라 굳게 믿었는데 안된 회사들, 긴가민가 하면서 투자했는데 예상 외로 너무 잘된 회사들,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들 등등. 각각의 투자에는 다 스토리가 있지만, 유독 기억에 많이 남고 많은 깨달음을 주는 회사가 있는데, 에어프레미아가 바로 그 중 대표적 한 곳입니다.


저희가 2018년에 신설 항공사인 에어프레이마에 투자를 했습니다. 사실, 원래 관심이 있었던 비즈니스는 항공기 리스사였는데, 마침 저희 벤처파트너이신 노정석 대표님이 리스사는 아니고 항공사 그 자체를 창업해서 준비하는 팀이 있다고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항공기 리스사에 대한 관심은 규모의 경제와 안정적 수익 창출 가능성이었기 때문에, 리스사가 아닌 항공사 그 자체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팀을 만나서 설명을 듣고, 굉장히 체계적이고 매력적인 사업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첫번째 기관투자자가 바로 저희였습니다. 어떤 회사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 제일 많은 관심과 문의를 받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투자 이후에 느끼고 깨달은 점이 크게 3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 깨달음은 면허 기반의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왔습니다. 항공사는 국토부에서 면허를 받아야지만 가능한 사업입니다. 근데 항공사 면허라는 것이 TO가 무한정 많아서 준비되는대로 아무때나 신청을 하고, 요건이 맞으면 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여러 각도로 검토해서 추가 면허 발급에 대한 의지가 있는 타이밍에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에 항공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본다면, 이게 얼마나 희소하고 위험한 도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희의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투자는 면허가 나오기 전에 진행되었었고, 투자 당시엔 면허 발급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감히 짐작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에어프레미아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면허를 발급받았고, 당시 추가 면허가 발급된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공사 면허는 추가로 발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면허 기반의 사업이라는게 당연하겠지만 발급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매우 큰데, 그에 비례해서 확실한 진입장벽의 역할을 합니다.


두번째 깨달음은 천재지변에서 왔습니다. 면허가 나오고 여러가지 준비를 해서 이제 드디어 비행기를 띄우기만 하면 된다! 고 생각했던 찰나에, 코로나가 왔습니다. 코로나가 긍정적 영향을 작용했던 사업들도 꽤 많았지만, 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노력과 전략으로 어찌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총체적 난국. 앞과 뒤가 모두 막혀 있어서 어떻게든 생존만을 해야하는 상황. 근데 당시만 해도 도대체 이게 언제 끝이 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던 상황. 당시에 에어프레미아 경영진이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투자자들을 다 만났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투자자 미팅을 했었는데, 99.9%의 투자자들에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몇 곳의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서 살아남게 되었는데요, 역설적으로 모두가 거절할 때 용기를 낸 해당 투자자들은 아마 굉장히 훌륭한 투자 수익을 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여러가지 이유와 핑계가 있었지만, 역발상이야말로 투자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당시 그 정도의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에 대해서 몸서리치게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됩니다. 


세번째 깨달음은 투입 자본의 규모에서 왔습니다. 항공사라는 것이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거의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사업입니다. 매출을 늘리려면 무조건 비행기가 추가로 필요하니까요. 조달 방식과 무관하게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끝없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투입이 필요해집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 필요로 하는 CAPEX와는 다른 차원에 자본이 꽤 오랫동안 요구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훌륭하고 유능한 경영진 만큼이나 큰 규모의 자본이 필수조건이 됩니다. 이는 다르게 얘기하면 초반에 창업한 창업자들의 지분율 희석이 상당히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처음부터 엄청난 자본가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유능한 경영진과 훌륭한 자본과의 공동 경영 및 파트너십이 회사 지배구조의 기초를 이루게 됩니다. 에어프레미아 또한 그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지금까지 몇 차례의 경영권 변동을 겪을 수 밖에 없었고, 나름의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다르게 저 두 가지의 조합이 서로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사업일 수 있겠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 에어프레미아는 완전히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2018년에 투자할 때 에어프레미아가 계획했던 HSC (Hybrid Service Carrier) 모델은 정확히 맞는 가설입니다. 대한항공과 많은 LCC들이 양 극단에 놓여있어서 만족시키지 못했던 잠재 고객의 큰 수요를 에어프레미아가 정확히 캡쳐해서 매출과 이익 성장을 통해 보여주고 있고, 내부 조사에 따른 NPS로 상징되는 고객 만족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특히, 이런 사업의 경우 면허, 자본 등의 장벽이 크다보니 많은 창업자 분들이 선뜻 도전하지 않는데요. 에어프레미아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되려 반대로 생각하는 창업자 분들이 많아지면 정말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면허나 자본이라는 진입장벽만 넘어서게 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운영 방식과 마인드를 이런 대규모 레거시 산업에 살짝만 가져다대어도, 해당 시장은 엄청난 혁신이 만들어집니다. 면허와 자본이 설정해놓은 벽이 그간 벽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안주해도 적당히 먹고 살기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주었을 것이기에, 공격적이고 능동적인 창업팀이 이 한계만 넘어서게 되면 실제 사업과 고객 만족의 난이도는 매우 낮아집니다.


면허 발급이라는 불확실성, 대규모 자본 유치라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여러 산업군에서, 역설적으로 과감하게 도전하고 베팅하는 창업팀이 많이 생기고, 또 많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초기 투자를 통해 이런 류의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관점은 국내 그 어떤 VC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많은 도전이 태어나길, 또 저희와 인연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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