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월의 테마 : <컨텐츠>

한국에서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는 분야 : 컨텐츠

컨텐츠 산업은 2010년 전후로 완전히 변화했습니다. 사실 한국의 벤처캐피탈들은 과거에도 컨텐츠 분야에 활발히 투자를 해왔습니다. 영화관에 가서 나오는 공동제공에 수많은 무슨무슨조합 같은 것들이 바로 그러한 예인데요. 컨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많은 투자자들은 컨텐츠 분야를 예측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음주의 흥행을 예상할 수 없다), 주로 회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분투자보다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주를 이뤘습니다. 워낙 흥행 리스크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는데, 한 컨텐츠의 수명도 짧고, 예측가능성도 낮다보니 장기적인 기다림이 필요한 지분투자보다는 개봉일로부터 매출이 일정 부분을 나눠갖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PF)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투자보다는 대출에 가깝고, 일정 기간 거치 후에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하는 구조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컨텐츠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요, 게임, 유투브, 스팀, 넷플릭스, 웹툰, 배틀그라운드, 방탄소년단 – 이 바로 그것입니다.

● 온라인 게임

온라인게임은 투자자들이 유일하게 프로젝트 투자와 지분 투자를 병행하는 영역이었습니다. 리니지의 규모 있는 성공, 그리고 오랜 게임의 라이프사이클로 인해 하나의 성공만 있어도 회사가 상장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기에 따른 부침은 있어도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게임 개발사들에 대한 벤처캐피탈들의 투자는 꾸준히 이뤄져왔고,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ex. 선데이토즈,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 유튜브

유투브가 가져온 변화 또한 엄청났습니다. 기존에는 TV를 통해서만 정형화된 컨텐츠가 유통되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반해, 유투브를 통해 일반인 셀레브리티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들은 이미 연예인에 준하는 영향력과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적 유료 모델이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언젠가 흥미로운 형태로 결국 등장할 것이고, 이러한 유투버들을 위한 기획사(MCN)들이 생겨나는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싸이, 블랙핑크,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K-Pop을 어렵지 않게 글로벌 유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 또한 유투브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매체의 개념을 바꾸고, 컨텐츠 사업자들로 하여금 저비용에 글로벌 유통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 스팀

스팀은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입니다. 스팀을 통해 한국에 있는 개발사들도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또한 해외 유통을 위해 현지 퍼블리셔를 낀다던지, 오프라인 게임 유통 채널과 협상하고 계약한다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스팀에 게임을 출시하는 것 만으로 해외 유통을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TV와 영화관을 동시에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예능 컨텐츠들이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컨텐츠 유통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사용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들이 제한된 국내 극장 유통, 방송사들로부터 받는 제작지원금의 매출원에서 벗어나 훨씬 더 규모있는 사업을 만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컨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컴포먼트들의 가치를 상승시켜, 작가들만 모여있는 에이스토리, VFX 전문그룹 덱스터, 드라마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등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저희는 한국에서 만든 컨텐츠들이 환경의 변화와 글로벌한 유통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그 가치를 훨씬 더 크게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큰 흐름 하에 나타난 결과물들이 배틀그라운드, 방탄소년단, 웹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첫 성공사례들일 뿐, 당연히 한국에서 만들어진 컨텐츠들이 이들보다 더 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특히 분야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는 단발성 성공사례가 아닌 한국산 컨텐츠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해외 사용자들의 취향 다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스트벤처스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 : 컨텐츠 제작 그 자체”

이러한 관점에서 패스트벤처스는 컨텐츠 그 자체에 관심이 있습니다. 음악, 게임, 드라마, 예능, 영화, 숏품/롱폼, 만화, 텍스트를 가리지 않습니다. 한국의 DNA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영역은 국가별로 큰 색깔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유통 플랫폼보다는 컨텐츠 그 자체에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Day 1의 첫 번째 배치에서는 컨텐츠 스타트업과 만나고 싶습니다. 과거에 비해 컨텐츠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현저히 낮아졌고, 유통 비용은 초반에 zero에 수렴합니다. 고객의 취향이나 니즈를 분석해서 만드는 컨텐츠 만큼이나, 컨텐츠 창작자 그 자체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오히려 흥행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유명한 연예인이 출연해도 컨텐츠의 흥행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Story)는 무명배우도 스타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즉, 저희는 이번에 창작자가 주도하는, 창작자의 개성이 들어간,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글로벌 시장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컨텐츠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습니다.

큰 성공을 거둔 컨텐츠 회사들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습니다. 예술가적 상상력이 있지만, 상업적 냉정함이 함께 요구됩니다. 원히트원더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컨텐츠 제작 구조를 꿈꾸기에 이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영역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 우리가 전형적인 로컬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컨텐츠 분야입니다. 컨텐츠 분야의 창업을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저희와 함께 과감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